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기억력과 집중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느낌을 받았다. 여기에 피로감이 더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다. 멍하게 있다가 상사에게 지적을 받는 건 물론, 실수가 잦아져 심리적으로 위축됐다. 결국 병원을 찾은 A씨. 진료 결과 브레인포그(뇌 피로 증후군)라는 진단을 받았다.
브레인포그(Brain Fog)는 뇌를 뜻하는 'Brain'과 안개를 뜻하는 'Fog'의 합성어다.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돼 생각, 표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. 브레인포그는 ▶기억력 저하 ▶집중력 감소 ▶명료한 사고의 어려움 ▶피로감을 유발한다.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, 장기간 지속하면 뇌에 부담을 가중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.
브레인포그의 대표적인 원인은 스트레스다.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지속되는 스트레스가 뇌의 해마 부위에 영향을 미쳐 브레인포그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. 연구팀은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쥐로 실험을 진행했다. 그 결과 해마 부위가 축소하면서 인지 기능이 저하됨을 발견했다. 이는 인간에게도 적용 가능한 사항으로 스트레스가 정신뿐 아니라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. 스트레스 외에 수면과 운동 부족, 비타민D·비타민B12 등의 영양 결핍, 호르몬 변화도 브레인포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.
참포도나무병원 뇌혈관센터 정진영 원장은 "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고 집중력 저하, 기억력 감퇴가 이어진다면 뇌에 기질적 이상이 있는지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"고 강조했다. 그러면서 "이때 자율신경검사나 뇌 MRI(자기공명영상검사)가 필요할 수 있다"며 "검사 결과에 따라 필수 영양소 공급을 통한 뇌 피로 완화, 생활 습관 교정, 약물 투여를 통한 혈액순환과 인지 기능 개선 등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"고 덧붙였다.
하지수 기자 ha.jisu@joongang.co.kr